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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도 못한 채 태어난 인간은
어떻게 지구 최강의 종이 됐을까?
생물학적으로만 보면 인간은 가장 무능한 포유류다.
말이나 사슴은 태어나자마자 걷지만, 인간의 아기는 꼼짝도 못 한다.
그런데 스위스 생물학자 아돌프 포트만은
바로 이 결핍에서 인간 문명의 비밀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미완성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오랫동안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걷지 못하는 아기는
오랫동안 엄마를 바라본다.
눈맞춤, 터치, 정서 조율의 시간을 깊게 쌓아간다.
그리고 생후 약 9개월 무렵,
인간만의 특별한 능력이 등장한다.
아기는 이제 단순히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나 꽃을 가리킨 뒤 엄마를 돌아본다.
“저것 좀 봐.”
“같이 보자.”
인간의 손가락질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려는 몸짓에 가깝다.
엄마와 아기가 함께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동안
아기는 언어와 감정, 세상의 의미를 배워간다.
김정운은 『말하지 않고 말하기』에서
인간 문명의 시작은
도구가 아니라 “함께 바라보기”였다고 말한다.
약점이 문명을 만들었다.
📚 『말하지 않고 말하기』
✍️ 김정운